내 핸드드립커피는 맛이 없어요. (feat.똥손 금손 추출팁 3가지)

업데이트 날짜 : 2024-05-23

내 핸드드립커피는 맛이 없다는 분이 계십니다. 커피추출을 더욱 맛있게 하는 5가지 변수를 다 지켰고, 온갖 정성을 다드려 챔피언레시피도 따라했다고 합니다. 누가 내려도 기본 이상은 한다는 하리오V60 드리퍼도 소용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핸드드립커피를 맛을 구분짓는 똥손금손의 차이는 깻잎 한 장 차이입니다. 아이노커피를 처음 방문하신 분이라면 문서 하단에 링크된 이전 포스팅을 먼저 보고 오시길 추천드립니다.

핸드드립커피 원두커피가 로스팅이 완료되어 쿨러로 배출되는 모습

1. 핸드드립커피에 사용하는 원두의 현실

우리가 핸드드립커피에 사용하는 원두는 스페셜티급 커피만이 아닙니다. 내 취향에 딱 맞는 갓볶은 신선한 스페셜티 커피를 데려왔어도 내려먹다보면 평범하거나 그 이하의 묵은 커피가 됩니다. 해외 여행을 다녀온 지인으로부터 현지의 유명한 커피라며 진공포장된 원두를 선물받고 함께 내려먹어야할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그나마 원두라면 어떻게라도 할텐데, 분쇄된 커피를 받게 된다면 난감 그 자체입니다. 또한 전문 로스터리샵의 약볶음 커피로 부터 시작해서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강볶음 커피까지 다양한 배전도 원두커피를 내리게 됩니다. 물론 중약볶음, 중볶음, 중강볶음 커피도 끼어 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애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커피추출을 더욱 맛있게 하는 5가지 변수만으로는 잘 안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지 않을까요? 이전 포스팅에서 5가지 변수 중에 원두 볶음도를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 시간에는 원두볶음도와 연동하여 세부적인 핸드드립 추출 팁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저는 하리오V60 드리퍼에 4대6 추출 레시피를 사용하겠습니다.

2. 볶음도에 따른 원두의 특성과 핸드드립 추출 팁

원두의 볶음도는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일일이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볶음도 3가지를 다루어보고, 그 외의 볶음도는 응용하여 테스트해보기 바랍니다. 이하 원두의 특성에 대한 정도 표현은 절대값이 아니라 원두의 중볶음도를 기준으로 한 상대값임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핸드드립커피 원두커피의 볶음도 차이에 따른 색상 비교군 3종

2-1. 약볶음(Light Roasting) 원두의 특성과 추출 팁

약볶음 원두의 특성은 조직이 단단하고 덜 벌어져 있으며, 뉘앙스는 화사한 산미와 과일향을 특징으로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보다 고운 원두 분쇄도와 보다 높은 물 온도를 사용하여 추출하도록 가르칩니다. 우리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볼까요?

원두의 조직이 단단하다는 것은 핸드드립커피에서 커피의 성분 추출이 잘 안되며, 무겁다는 뜻을 포함합니다. 그래서 뜸을 충분히 잘 들여야 하며, 가늘고 일정한 물줄기로 서서히 붓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과 닿는 커피가 요동치지 않을 만큼의 커피포트 높이와 물줄기 상태를 유지합니다.

신선한 커피라면 원두 속에 갖혀있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며 부풀어 오르게 되는 데, 이는 드립커피가 안정적으로 추출되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이 됩니다. 너무 급격히 부풀어 오르지 않도록 가는 물줄기로 천천히 붓되, 나선형으로 확대하며 물이 지나간 자리가 되도록 겹치지 않도록 합니다. 물줄기가 드리퍼 리브에 가까워지면 안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물이 드리퍼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합니다.

이렇게 뜸과 1차 추출을 동시에 마칩니다. 이어서 2차 추출에서도 안정적인 물줄기와 높이를 유지하여, 커피가 요동치지 않도록, 전반부 커피 성분 추출을 마칩니다. 커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분인 커피이 신맛과 단맛 추출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나머지 3번의 추출에서 커피의 농도와 밸런스를 잡아줍니다. 이때 적정 분쇄도로 맞췄음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시간 내에 추출이 완료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는 물줄기가 너무 굵거나 빨리 주입해서 드리퍼 내에서 교반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추출횟수가 반복되면 분쇄 커피의 미분이 필터의 공극을 조금씩 막아 흐름을 방해하는 것입니다. 이는 교반현상이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물을 주입하는 속도와 물줄기를 섬세하게 조절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정한 추출시간 까지 물빠짐이 덜 되었다면, 그대로 드리퍼를 걷어내어 부정적인 성분이 과한 추출로 잡미가 반영되지 않도록 합니다. 그리고 부족한 만큼 가수하여 커피 농도를 맞추는 것으로 핸드드립커피 추출을 종료합니다. 그런 뒤에, 다음 추출을 위하여 부족했던 분쇄도 정보나 조절할 부분을 기록하여 다음 추출을 위한 반영이 되도록 합니다.

2-2. 중볶음(Medium Roasting) 원두의 특성과 추출 팁

중볶음 원두의 특성은 조직의 벌어짐이나 단단함이 적당합니다. 적당한 산미와 과일의 뉘앙스, 좋은 바디와 후미까지 단맛에 기초한 밸런스 좋은 커피를 즐기기에 적당한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엉뚱한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평균 이상의 핸드드립커피를 맛볼 수 있는 조건입니다.

중볶음 원두커피를 추출해 볼까요? 안정적인 물줄기와 높이를 유지하는 것은 기본으로 하여 뜸에서 급격히 부풀어 오르는 것만 주의하여 추출합니다. 커피 성분 추출이 완료되는 2차 추출까지 안정감있게 추출합니다. 이어지는 후반부 추출에서 교반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물줄기, 주입속도, 높이 등을 잘 맞춥니다. 이렇게 해서 최고의 핸드드립커피가 추출되었습니다.

2-3. 강볶음(Dark Roasting) 원두의 특성과 추출 팁

핸드드립커피을 위해 커피원두를 스푼으로 계량하는 모습

강볶음 원두커피의 경우에는 핸드드립에 적당한 조건은 아니지만, 에스프레스 용도로 로스팅된 강볶음 원두도 핸드드립으로 추출하여 즐길 수 있습니다. 강볶음 원두의 특성은 조직이 많이 벌어져 무릅니다. 커피 성분이 쉽게 추출될 수 있는 환경이므로, 동시에 쓴맛과 부정적인 잡미도 많이 추출되기 쉽습니다.

그러면 강볶음 원두를 추출해 보겠습니다. 원두를 분쇄해 보면 미분도 많이 날리고 엄청 가볍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긍정적인 커피 성분을 포함하여 부정적인 성분도 잘 추출될 조건입니다. 그러므로 보다 굵은 분쇄도와 낮은 온도로 추출을 준비합니다. 보다 가늘고 섬세한 물줄기와 높이 설정이 아주 중요합니다.

더 가늘고 더 섬세한 물줄기로 보다 낮은 높이에서 물을 부어 뜸을 들입니다. 물이 주입되는 과정에서 원두 가루가 날리기도 할 정도로 가벼운 조직이기에 좀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입니다. 이렇게 뜸과 1차 추출을 마칩니다. 2차 추출에서는 나선형으로 붓지 않고, 중심에서 100원 동전 크기로 동그라미를 그리듯이 부어줍니다. 커피가 급격히 부풀어 오르지 않도록 물빠짐 속도에 맞춰 가늘게 부어줌으로 전반부 커피 성분 추출을 마칩니다.

후반부 추출에서 주의할 것은, 미분이 많다는 추출조건이며, 교반현상이 더 쉽게 일어날 조건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섬세한 추출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후반부 추출은 500원 동전 크기로 동그라미를 그리듯이 부어줍니다. 이렇게 하는 목적은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된 미분을 덜 자극하여 부정적인 성분이 적게 추출되게 하기 위함입니다.

후반부 세 번의 추출을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여 마쳐도 되지만, 회차가 늘어날 수록 강볶음 커피의 쓴맛과 부정적인 잡미들이 더 추출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때는 커피의 쓴맛을 적당한 부분에서 끊어내는 방법으로 후반부 1~2번의 추출을 생략하면 도움이 됩니다. 그런 뒤에 부족한 주입량 만큼 가수(加水)를 하여 드시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3. 초보 핸드드립커피 브루잉을 위한 제언

커피는 대표적인 기호 음료입니다. 이는 누군가의 평가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자기 입에 맞는 커피가 제일 맛있는 커피입니다. 전문가가 호평하고 개성있다고 하니까, 내 입에서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커피를, 가격이 높은 커피를, 무산소발효커피나 일부 내추럴커피를, 맛있다고 맞장구치고 전문가 입맛인척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믹스커피가 최고라는 분의 취향도 충분히 존중받아야하는 것이 기호음료, 커피의 세계입니다.

자기만의 핸드드립커피 추출 방식과 나만의 커피를 찾아서 행복하고 즐거운 커피 생활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다음에는 신선도가 떨어지는 커피의 맛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팁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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