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 날짜 : 2024-06-15
파나마게이샤 커피, BOP의 승리라는 주제로 포스팅합니다. 뭔가 일본과 강하게 연결고리가 있을 것 같은 게이샤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본의 게이샤와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되어 파나마에서 꽃 피운 게이샤 커피의 성공, 그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1. 파나마게이샤의 출발은 일본 아닌 에티오피아
![파나마게이샤 커피 BoP의 승리 [커피생산국#10] 1 파나마게이샤 커피를 생산하는 파나마의 영역을 국기로 표현한 지도](https://iknowcoffee.co.kr/wp-content/uploads/2024/06/파나마-1.jpg)
전통적으로 세계 3대 커피를 꼽으라면,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안 코나, 예멘 모카를 꼽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파나마 게이샤커피를 최고로 칩니다. 탑오브탑(top of top), 원탑(one top)이라고 할만큼 비벼볼 적수가 없는 커피가 파나마게이샤입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일본을 떠올리게 되는 게이샤 커피의 고향은 일본의 것도 파나마의 것도 아니었습니다. 동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게샤(Gesha) 지역에서 자생하던 아라비카 종의 하나였습니다. 지역명도 게이샤(Geisha)가 아니라 게샤(Gesha)입니다. 그러나 게샤 커피는 병충해에 취약하고, 수확량이 적어 농부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잊혀져갔습니다.
게샤커피의 향미는 뛰어난 편이었지만, 재배가 어려웠던 관계로 잊혀져 가던 게샤 커피는, 중앙아메리카의 코스타리카로 건너갔다가, 1960년대에 파나마로 전해져,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합니다.
2. 게이샤커피는 파나마가 원탑
![파나마게이샤 커피 BoP의 승리 [커피생산국#10] 2 파나마게이샤 커피를 채위하는 농부](https://iknowcoffee.co.kr/wp-content/uploads/2024/06/파나마게이샤-열매를-채취하는-농부.jpg)
파나마로 전해진 이 게이샤 커피는 에스메랄다 농원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됩니다. 파나마에서 해발 1,600m 고지에 위치한 에스메랄다 농원은 강우량도 풍부해 스페셜티 커피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농장주 프라이스 피터슨의 의식이 남달랐습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수확하는 농부들도 꼼꼼한 핸드픽으로 잘 익은 체리만 선별하여 수확하는 등 품질 관리를 까다롭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농장주의 고집과 농부들의 수고는 마침내 꽃을 피우게 되는데, 그곳은 2004년 국제커피품평회의 자리가 되었습니다. 에스메랄다 농원은 게이샤 커피를 출품했는데, 입찰액이 다른 원두의 10배를 웃도는, 전래 없이 높은 금액으로 낙찰받고 우승하는 게이샤 쇼크를 일으켰습니다.
이렇게 세계 커피 시장에 혜성 같이 나타난 파나마 게이샤 커피는 매년 입찰 금액을 경신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가 되었습니다.
- 2018년 803$ / 파운드
- 2019년 1,029$ / 파운드
- 2020년 1,300$ / 파운드 (온라인 심사)
- 2021년 1,502$ / 파운드
- 2022년 2,000$ / 파운드
- 2023년 2,755$ / 파운드
현실감이 없는데, 그러면 2019년에 저렇게 낙찰받은 생두를 내가 로스팅하여 커피 한 잔을 내린다면 원가가 얼마일까? 로스팅 수율 85%만 잡고, 20g을 사용한다고 가정하여, 오늘 환율(1,383.86원)만 대입하여 계산해 보겠습니다. 헐, 드립커피 1잔에 72,300원이네요. 로스팅 비용과 추출 서비스 까지 포함하면 10만원 받아도 부족하겠습니다. 이 커피는 반드시 10~12g 레시피를 사용해야겠네요.
카페를 운영하던 초창기에 인도네시아 루왁커피를 선물받은 적이 있었는데, 드립커피를 내려주던 우리 바리스타가 평소 답지 않게 긴장하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커피를 선물하신 손님이 돌아가신 뒤에, 그 바리스타가 추출했던 루왁커피를 재탕으로 추출하여 맛보던 모습이 생각나 웃프네요. 평소에 전혀 볼 수 없었던 행동이었답니다.
잠시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요, 다시 돌아가서, 파나마 게이샤 커피가 이렇게 매년 경매가를 경신하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가 된 비결에는 에스메랄다 농장주의 소신도 있었지만, 파나마 농장주들의 BoP가 큰 몫을 한 것 같습니다. BoP란 Best of Panama의 약어인데, 매년 파나마에서 수확한 최고의 커피를 심사하여 경매에 붙이는 옥션입니다.
파나마 커피 농부들은 최고의 파나마 커피를 유지하기 위해 BoP를 통해 품질 관리를 노력합니다. 잘 익은 커피 체리를 수확하는 농부들의 재교육 부터 건조하여 완성하는 모든 프로세싱 까지 기술 정보를 공유하며 노력합니다. 구매자들의 커핑노트와 평가에 세심하게 귀 기울입니다. 매년 각국에서 수 많은 게이샤 커피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이제 파나마 게이샤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최고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3. 세계 속의 게이샤 커피
![파나마게이샤 커피 BoP의 승리 [커피생산국#10] 3 파나마커피 농장 전경, 농부들이 커피 열매를 채취하고 있다.](https://iknowcoffee.co.kr/wp-content/uploads/2024/06/파나마-커피농장-전경.jpg)
파나마 게이샤 커피가 매년 놀라운 가격으로 낙찰되는 것들 본 많은 나라들은 파나마 게이샤 쇼크에서 벗어나고자 파나마 게이샤 품종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파나마와 환경적으로 유사한 농장일수록 게이샤 종자를 구해다가 식재하였습니다. 이제는 수 많은 나라에서 게이샤 커피가 출시되고, 이에 따라 가격도 합리적으로 정해지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수한 바리스타 대회에서 콜롬비아 게이샤를 가지고 출전하는 바리스타들이 많아지면서, 콜롬비아 게이샤가 급부상 했습니다. 그러나 게이샤 커피의 원조, 에티오피아 게샤 커피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게이샤를 알고 싶다면 게이샤 커피의 기원인 에티오피아 게샤를 우선 맛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는 커피벨트에 속하는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게이샤 커피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파나마와 이웃인 코스타리카, 멕시코를 비롯하여, 에티오피아와 같은 대륙인 말라위, 아시아의 대만과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도 재배되고 있습니다.
게이샤는 게이샤만의 품종적 특성가 이 있기 때문에 어디서 재배가 되든지 은은한 꽃향과 시트러스한 산미와 핵과류의 풍부한 향미가 공통적으로 있습니다. 이제 커피 애호가들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게이샤 커피의 향미와 모든 뉘앙스를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파나마 게이샤 커피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할지라도, 이건 일반적인 카페들과 별다방에 대해 갖는 느낌과 비슷한 것이지 않을까요?
경제도 어려운 데, 무명유실(無名有實)의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지혜로운 아이노커피 독자들 되시기 바랍니다.
[참고 자료]
- 주 파나마 대한민국대사관
- 언스페셜티 유튜브 채널
- 몽찔의 커피이야기(커피 옥션 경매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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