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워시드 프로세싱, 친환경을 위한 노력 [커피가공#4]

업데이트 날짜 :2024-06-08

커피가공 네번째 시간으로 세미워시드 프로세싱, 친환경을 위한 노력을 주제로 포스팅하겠습니다. 워시드 프로세싱은 고품질의 균일한 생두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장점으로 인하여, 커피 본연의 향미와 깨끗함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복잡한 공정으로 인한 처리 비용 상승과, 무엇보다 대량의 오염수가 발생하는 공정 구조상 환경 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이런 고민의 결과물이 바로 세미워시드 프로세싱입니다. 반습식 가공법으로 워시드의 장점은 살리되, 공정을 단순화시켰습니다. 믈 사용량이 획기적으로 줄면서 오염수 발생량도 함께 줄어들고, 처리 비용도 낮아졌습니다. 그 결과, 워시드 가공은 하고 싶지만, 수자원과 비용 문제로 꺼려하던 농장으로 세미 워시드 프로세싱이 확대되었습니다.

1. 세미워시드 프로세싱 Semi Washed Processing

세미워시드 프로세싱을 진행하는 농부의 모습, 기계에 커피 체리를 넣고, 과육과 점액질을 깨끗하게 씻어내고 있다.

반습식 가공법인 세미워시드 프로세싱은 워시드 프록세싱의 장점을 살리되, 공정은 단순화시킨 처리 과정을 보여줍니다. 먼저, 워시드 가공법과 동일하게 수확된 생두를 수조에 넣어 비중차 선별과정을 거치며 가벼운 세척이 함께 이루어집니다.

다음으로, 체리의 껍질을 비롯하여 과육과 점액질을 점액질제거기를 사용하여 남김없이 제거합니다. 그리고, 발효조에서의 발효공정을 생략하고 바로 세척을 시작합니다. 세척이 완료된 파치먼트는 일반적인 건조과정을 거쳐 출고되는 날까지 창고에 저장됩니다.

세미워시드 프로세싱에서는 최소 세 번에서 다섯 번 이루어지던 발효공정이 생략되어, 16~36 시간이 절약됩니다. 발효조에서 처리되던 발효세척 과정의 물 사용량과 비용이 크게 절약됩니다. 이렇게 하고도 워시드 프로세싱 생두 수준의 균일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하여, 처리수 부족과 투자비 부족으로 워시드프로세싱 도입을 꺼리던, 많은 농가에서 이 공법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기존의 워시드프로세싱은 대세로 떠오르기 시작한 세미 워시드 프로세싱과 구분하여 Full Washed Processing이라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2. 워시드 커피와 세미워시드 커피의 차이

세미워시드 프로세싱을 진행하기 전에 체리의 상태를 확인하고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두 가공방식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발효조 안에서의 공정, 과육과 점액질로 뒤덮인 파치먼트가 함께 발효되는 과정,이 있었는지의 차이입니다.

내추럴프로세싱에서 과육과 점액질의 발효가 생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허니프로세싱에서 파치먼트에 뭍어있는 과육과 점액질이 커피의 향미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핀 적이 있습니다. 세미워시드 프로세싱의 공정을 보면, 이러한 과육과 점액질이 파치먼트에 주는 영향력이 100% 차단된 것으로 보입니다.

세미워시드 커피는 커피의 품종, 종자가 갖고 있는 특성 외에 외부에서 영향력을 주는 변수가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정말 커피 품종 자체가 갖고 있는 본연의 클린한 맛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동일한 농장에서 생산된 동일한 품종의 커피를 프로세싱으로만 구분하여 테이스팅하면 매우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3. 공정무역 커피와 윤리적 소비를 생각합니다

세미워시드 프로세싱을 위한 생두를 핸드픽으로 따는 농부, 공정무역은 서로 윈인하는 소비방식입니다.

우리가 매일 즐겨 마시는 커피는 기호 식품입니다. 기호 식품이란, 생존에 영향을 주는 필수 불가결한 식품이 아니라, 생활의 질을 높여주는 보조 식품이란 뜻이 담겨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커피의 기원을 보면 아프리카 대륙의 에티오피아와 콩고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이 아라비아의 수도승들에게 전해졌고, 십자군 전쟁 통에 유럽으로 흘러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교도들이나 마시는 악마의 음료 정도로 치부되었으나, 유럽인들이 커피의 가치를 알게 되면서 전세계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 내막을 살펴보면, 제국주의 유럽 열강들의 사치와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한 세계화였습니다. 커피벨트에 산재한 커피 생산국들이 유럽 열강의 식민지였으며, 그들의 품위 유지를 위한 공급처였던 것입니다. 커피 산지의 세계화를 말하면서 어두운 면을 언급하는 것은 현지 농가들과 협력하는 길을 찾고 싶기 때문입니다.

당시 제국주의 상황에서 그럴 리는 없겠지만, 식민지의 피지배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밀, 옥수수, 감자 등을 함께 가져갔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현재 브라질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의 커피산업이 그 나라의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탄자니아를 비롯한 적지 않은 나라에서 기아의 문제를 겪고 있으며, 커피 산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의 영세함이 안타깝습니다. 과거 농산물 수익의 대부분을 유통업자들이 대부분 가져가고, 농민들은 빈곤을 면치 못하던 우리의 시골과도 비슷합니다.

이런 면에서 공정 무역(Fair Trade) 커피는 현지의 영세 농가들과 직거래하여 커피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윈윈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진화된 커피 가공 기술을 전파하고, 현지의 농가들이 기본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가 아직은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생존을 걱정할 정도로 어렵지는 않다고 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아이노커피 독자들은 커피 한 잔에도 윤리적 소비를 생각하는 글로벌 시민의식을 보여주시길 기대합니다. 참고로, 저는 공정 무역 아름다운 커피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상으로 세미워시드 프로세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인도네시아커피의 유니크함을 선사한 웻헐드 프로세싱(Wet Hulled Processing)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최낙언의 자료보관소
  • KIB 커피 테이스팅 1급 수강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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