웻헐드프로세싱 인도네시아 길링바사 [커피가공#5]

업데이트 날짜 :2024-06-09

커피가공 다섯번째는 웻헐드프로세싱 인도네시아의 길링바사입니다. 웻 헐드 프로세싱(Wet Hulled Processing)은 커피 체리 수확과 우기가 겹치는 인도네시아의 특수 상황이 만들어낸 커피 가공 방식입니다.

인도네시아 현지어로 길링바사(Giling Basah)라고 하는 가공법은, 세미워시드 프로세싱의 변형 모델인데, 가공 방식의 특수성 때문에 주변의 흙냄새가 생두의 향미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부정적인 향미 평가 항목인 흙냄새라는 큰 결함. 그러나 인도네시아 길링바사 생두의 반전이 여기 있습니다.

1. 웻헐드프로세싱 Wet Hulled Processing

웻헐드프로세싱 위한 커피열매를 핸드픽으로 따는 모습

반습식 가공법인 세미워시드 프로세싱의 변종인 웻 헐드 프로세싱은 커피 체리의 수확과 우기가 겹치는 인도네시아의 특수성이 빚어낸 신 공법입니다. 이런 방식의 생두 가공은 커피의 생산지인 수마트라 섬에서만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해서 수마트라식 가공법이라고도 합니다. 인도네시아 현지어로는 ‘젖은 상태로 빻는다’는 뜻으로 길링 바사(Giling Basah)라고 합니다.

농부들이 채취한 커피 열매는 펄핑 기계에 넣어져 간단한 세척과 동시에 과육이 벗겨지고 1차 건조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기본적으로 습기가 많은 적도 부근의 지역이라 수분율 11% 내외의 생두를 가공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역에서는 애벌 건조되어 여전히 젖어있는 파치먼트를 벗겨내서 건조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인도네시아만의 독특한 가공 방식을 세미 워시드와 구별하여 길링 바사, 웻 헐드 프로세싱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파치먼트가 제거된 생두는 다시 건조장으로 옮겨져 건조 과정을 마무리하여 시장으로 나옵니다. 치명적인 결점이 될 수도 있었던 이 과정으로 인하여, 인도네시아 커피는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모양과 향미가 생성되었습니다.

2. 균일하지 못한 진녹색의 생두 모양과 흙냄새

웻헐드프로세싱으로 인도네시아 커피를 가공하고 있는 농부의 모습

파치먼트가 벗겨진 상태로 다시 건조되는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생두는 건조장 주변의 흙냄새를 비롯한 클린하지 못한 향미들을 끌어안았습니다. 젖어 있어서 여전히 무른 상태의 파치먼트를 벗겨내다 보니, 기계에 눌려서 염소 발톱처럼 갈라진 찌그러지고 깨진 모양의 결점두가 다수 발생했습니다. 색상도 다른 생두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진녹색으로 건조되었고, 은피도 제대로 제거되지 않아서 지저분한 모양이 되어버렸습니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생두의 상태가 시장에 내놓을 만한 수준이 전혀 아닌 것 같습니다. 제 값 받고 팔기에는 애초부터 그른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반전은 바로 이것이 다른 나라의 생두와 구별되는 인도네시아만의 독특한 매력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닌, 로스팅된 인도네시아 커피만의 독특한 향미와 바디, 그 강렬함에 열광하는 매니아 층이 형성되었습니다. 미디엄 로스팅 이상의 로스팅 포인트에서 찰떡 궁합을 보이는 묵직한 바디는 인도네시아 커피만의 유니크한 매력을 더해줍니다.

3. 단점을 장점으로 브랜딩한 인도네시아 커피

아이노커피

좌측이 인도네시아 커피 생두의 모양이고, 우측은 일반 워시드 커피 생두의 모양입니다. 로스팅을 위해 일반적인 기준으로 핸드픽 작업을 한다면 인도네시아 생두는 건질 것이 반도 안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생두를 판매하는 곳에 가보면, 외관에 대한 설명이 꼭 있습니다.

이는 처음 인도네시아 생두를 받아보고 실망할 사람들은 위한 배려인 듯 싶습니다. 원두를 판매하는 곳이라면 TP라는 기호를 강조하여 표시하기도 합니다. 세 번 더 핸드 픽하여 로스팅 했다는 뜻의 TP(Triple Pick)는 일종의 품질 보증 표시입니다.

인도네시아 현지의 특수 상황으로 인하여 생성된 생두의 외관과 부정적인 뉘앙스의 흙냄새였지만, 인도네시아 커피만의 단점이 오히려 장점이 되어버렸습니다. 인도네시아 커피는 흙냄새의 부정적인 뉘앙스를 중후한 바디와 강렬함으로 브랜딩하여 커피 세계에서 승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커피 농부들에게 또 다른 위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것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입니다. 지구 온난화는 지구촌이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로, 인도네시아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인도네시아 커피의 최대 산지인 수마트라 섬에 가뭄이 자주 발생합니다.

커피 체리가 한창 익어갈 시기의 가뭄은 치명적입니다. 인도네시아 만델링 생두는 향기나무 커피랩의 블렌딩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 해 가뭄으로 인하여 수급에 곤란을 겪은 적이 있었습니다. 육안으로도 확연히 구별될 만큼 낮은 품질로, 그마저도 없어서 구하지 못해, 블렌딩의 밸런스를 맞추느라 고생한 기억이 납니다.

하여간, 인도네시아 커피 만델링의 브랜딩을 통하여, 내 인생의 브랜딩을 배웁니다. 크나큰 단점이라도 브랜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향기가 됨을 돌아봅니다. 단점을 곱씹으며 내 인생의 난이도를 높이는 열등생이 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아주며 함께 기뻐하는 향기로운 인생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아이노커피는 여러분의 성공적인 브랜딩을 응원합니다.

이상으로 웻 헐드 프로세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무산소 발효 프로세싱(Anaerobic Fermentation Processing)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KIB 커피테이스팅 1급 과정 수강 자료
  • 유트브 Cafe Imports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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