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징 커피 좀 더 맛있게 내리기 [커피사랑방#3]

업데이트 날짜 :2024-06-26

커피사랑방 세번째 이야기의 주제는 에이징 커피 좀 더 맛있게 내리기입니다. 5월 초 커피사랑방에서 사용하고 남은 원두가 500g 정도 있었습니다. 테이블 위에서 2개월 가량 에이징 되어 방향제로나 쓰려던 찰나, 커피사랑방에서 교육용으로 써보자는 생각이 났습니다.

1. 에이징 커피의 특성을 알아보자

에이징 커피의 특성을 감안한 브루잉

보통 에이징(aging) 커피는 로스팅 날짜가 많이 경과되어 신선도가 떨어진 원두를 말합니다. 갓 볶은 원두의 세포 벽 안에 가득 찬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디게싱(degasing)의 의미로도 혼용하여 사용되기도 합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원두 커피는 갓 볶아 신선할 수록 더 맛있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신선한 커피가 더 맛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방금 로스터기에서 꺼내 온 커피가 맛있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커피 세포벽 속에 가득한 가스가 커피의 성분 추출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필터 커피에서 드리퍼 안의 커피 가루가 물과 닿으면서 봉긋하게 부풀어 오르는 모습은 시각적으로 커피 맛에 대한 기대감을 상승시키지만, 엄밀하게 보면 그것은 분출되는 가스가 물과 원두의 접촉을 방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커피 성분 추출이 잘 안 될 것은 당연합니다.

갓 볶은 원두를 추출하면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부정적 뉘앙스가 있는데, 저는 그것이 과도한 가스 분출로 인한 성분 추출 트러블로써 로스팅 맛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숙련된 바리스타들은 커피의 로스팅 정도에 따라 적게는 2~3일, 많게는 1주일 이상 에이징 기간을 거칩니다. 이것은 커피 머신을 이용한 에스프레소 추출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상의 적절한 에이징, 디게싱 타이밍은 커피 성분 추출에 아주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적절한 타이밍을 넘어 3주 이상 흘러가게 되면, 커피의 맛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어떤 이들은 산패가 시작되었다고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데, 꼭 그럴 것도 아닙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커피 맛을 통해, 어제나 오늘이나 똑같은 맛이 아니라 다양한 커피 맛을 즐길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럴려면, 에이징도 효과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싱크대 찬장이나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보관하면, 조금씩 변화하는 에이징 커피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없게 됩니다.

이어서 적절한 에이징 관리, 원두커피 보관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에이징이 진행된 커피를 특성대로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2. 원두커피 보관 방법, 적절한 에이징(디개싱) 관리

에이징 커피를 종이 필터를 사용하여 브루잉하는 모습

커피 생두는 200~250℃의 고열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세포벽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세포벽의 특성은 로스팅으로 생성된 700여 가지 향기 성분을 오래도록 유지시켜 줍니다. 한 잔의 커피는 이 세포벽을 깨뜨려, 그 속에 품고 있는 향기 성분과 맛 성분을 물로 용해시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커피 생두는 로스팅을 거치는 동안, 두 번의 급격하게 팽창하는 구간이 있습니다. 이것을 크랙(crack)이라고도 하고 팝(pop)이라고도 표현합니다. 이 시기를 라이트 로스팅 커피는 1번, 다크 로스팅 커피는 2번을 거치게 됩니다.

이것은 밝은 갈색과 짙은 갈색이라는 색상 차이로 쉽게 구분할 수 있으며, 원두 조직의 단단함(경도)으로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적절한 디개싱(에이징) 힌트도 얻을 수 있습니다. 로스팅 정도에 따라 디개싱 기간이 달라지고, 신선도 변화 속도도 달라집니다.

우리가 식품의 한글 표기 보관 방법을 보면 공통적으로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십시오. 개봉한 뒤에는 가급적 빨리 드시기 바랍니다.”란 문구가 있습니다. 원두커피도 이 주의사항만 따르면 더 오래도록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습니다.

  • 직사광선을 피하라.
    • 자외선에 노출된 식품은 쉽게 상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 불투명한 용기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라.
    • 온도가 높거나 온도차가 많은 곳은 피합니다.
    • 습기는 곰팡이나 세균의 번식을 용이하게 합니다.
  • 산소와의 접촉을 피하라(개봉한 뒤에는 가급적 빨리…)
    • 공기에 노출되어 있으면 산화(산패)되기 쉽습니다.
    • 남은 원두는 밀폐하여 보관합니다.
  • [추가] 원웨이 밸브가 있는 용기에 보관하라.
    • 갓 볶은 커피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하므로 이것을 적절히 배출할 수 있는 밸브 장치가 있는 용기를 사용하여 보관합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디개싱(degasing)이 안되면 커피에 부정적인 향미를 남길 수 있습니다.
    • 적절한 소분 용기가 없다면, 원두 봉투를 밀폐하여 그대로 사용할 것을 권장합니다.
  • 디개싱과 에이징에 있어서, 라이트 로스팅 원두는 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다크 로스팅 원두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됨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3. 에이징 커피의 추출 변수 적용

커피사랑방 모임에서 커피를 나누며 담고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커피 추출을 더욱 맛있게 하는 5가지 변수와 스터디 캐터고리에서 브루잉 추출에 대한 이해를 다루어 보았습니다. 변수 적용의 차이에 따라 커피 성분을 빠르게도 느리게도 추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비결 아닌 비결임을 배웠습니다.

그러면, 이 변수들을 에이징 커피에는 어떻게 적용하면 될까요? 앞에서 살펴본 바에 따라면 에이징이 진행 될수록 커피 성분 추출이 잘 안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커피 성분 추출이 잘 되는 쪽으로 변수를 적용하면 될 것입니다.

  • 섬세한 물줄기로 천천히 추출한다.
  • 더 뜨거운 물을 사용한다.
  • 분쇄도를 조금 곱게 변경한다.
    • 분쇄도는 커피의 밸런스와 향미에 결정적 영향을 줌로 주의하여야 한다.
  • 낙차를 이용하여 강하게 푸어링한다.
  • 뜸 들이는 시간을 길게 가져간다.
  • 중간에 저어주는 방식을 추가한다.
  • 원두 사용량을 증가한다.
  • 중반에 추출을 중단하고 가수하는 것으로 농도를 맞춘다.
  • 한 번에 한 가지 변수만 적용하여 추출하여 맛을 잡아가도록 한다. 너무 많은 변수를 적용하면, 어떤 변수에 영향을 받았는지 찾기가 어려워 재현성이 떨어진다.

커피사랑방에 모인 분들에게 이상의 변수를 되새겨 준 뒤에, 한 가지 방식을 선택하여 추출하도록 과제를 주었습니다. 섬세한 물줄기, 더 뜨거운 물, 원두 사용량 추가를 선택하여 추출하기 시작합니다. 각각 변수는 달리하였어도 추출 시간은 3분 30초에 맞추어 맛을 보기로 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미분 컨테이너를 추가적으로 사용했습니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커피사랑방 모임을 이룬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추출의 결과를 객관성있게 비교하기 어렵다입니다. 아직은 추출의 안정감이 부족하여 변수 적용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에이징된 원두는 파푸아뉴기니 블루마운틴 커피였는데, 상온에서 거의 2달이 지난 커피임에도 괜찮다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라이트 로스팅 원두이고, 산소를 차단한 용기에 보관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초보자들에게는 원두 사용량을 늘리고 맛있는 부분까지만 추출하여 가수하는 것이 적당할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참고로 미분 컨테이너를 사용하게 되면, 추출의 흐름이 좋아지는 관계로, 원두 분쇄도를 보다 가늘게 변경하여 추출하는 것이 커피의 밸런스를 해치지 않으면서 농도감 있게 추출되어 좋다고 생각됩니다.

이상으로, 다음 커피사랑방 모임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

[참고 자료]

  • 아이노커피 블로그 스터디
  • 커피사랑방 오프라인 모임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자료]

6 thoughts on “에이징 커피 좀 더 맛있게 내리기 [커피사랑방#3]”

Leave a Comment